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Birth, 2023)에 대한 시놉시스와 리뷰를 간략하게 담고 있습니다.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 만나게 된 디오시네마 대표님 회사에서 배급을 맡게 된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 라이브러리 톡 이벤트에 초대 받았다. 라이브러리 톡이라는 말 자체가 처음 듣는 거라 어떤 행사인지 몰랐는데, 명동 CGV 씨네 라이브러리에서 처음 가서 보니 영화관 옆에 조그만하게 꾸며놓은 서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관을 씨네 라이브러리라고 부르는 구나 하고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영화 개봉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통역을 하면서 영화에 관한 설명을 해야했기에 간단하 스토리만 알고 있었고, 하도 내 입으로 이 영화를 소개를 자주 하다보니 개봉하면 꼭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대표님의 초대로 조금은 더 일찍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상영관을 나서는 문을 따라 바로 옆에 ‘라이브러리’ 처럼 생긴 장소에서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의 유지영 감독, 한해인 배우, 그리고 박미현 배우를 직접 만나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나의 리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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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gle나의 피투성이 연인 시놉시스
작가로 활동 중인 재이(한해인)은 첫 책을 출간 후에 다음 작품을 발표하기까지 공백기가 길어졌고 신작 출간을 앞두고 있다. 재이의 연인 건우(이한주)는 학원 영어 강사로 일하며 재이의 꿈을 위해 항상 옆에서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한결같은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람이다. 비혼주의와 비출산을 추구하는 커플인 그들은 예상치 못한 재이의 임신으로 서로의 관계가 흔들리게 된다.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며 자신의 꿈이 가장 우선인 재이에게 임신은 그저 방해물이기에 낙태하려고 결심한다. 하지만 건우가 재이에게 아이와 재이 모두 지킬 수 있다는 깜짝 고백하며 재이는 아이를 지우지 않기로 한다. 그 이후 재이의 임신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재이는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과 몸의 변화로 글을 쓰는 일이 힘들어진다. 건우 또한 재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지만, 이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 리뷰
*스포주의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 속에서 점점 고조되는 재이와 건우의 심리변화는 영화가 끝이 나면서 수그러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두 연인으로 나오지만, 재이가 갑작스레 임신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우선,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임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아이가 우선적이고 나에 대한 가치보다는 나를 희생해야 한다는 여성에 대한 엄마에 대한 뿌리박힌 사회 속 잘못된 인식을 재이와 그 주변 인물들이 고스란히 보여준다.
유지영 감독님은 이 영화의 재이가 느끼는 아이에 관한 생각과 재이의 꿈에 대한 욕망이 과연 이기적인 걸까? 라는 질문을 내던지고 싶었다고 한다. 저출산, 비혼주의가 가장 큰 사회 문제인 만큼 이 영화에서는 정말로 적나라하고 그 어느 영화보다 더 날카롭게 현실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느낀 건 ‘재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은 당연한 게 아닐까? 였다. 거의 대다수의 관객들은 재이를 공감하면서 그래도 저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모든 여성이라면, 아이를 처음 가진 여성이라면 재이와 같은 감정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당연히 재이의 경우는 조금 더 극단적인 상황이라고 본다. 재이는 원래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 누구보다 자신에 대한 사랑과 최고의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이 더 앞서는 사람이었기에 임신 내내 아이를 원망하며 자신과 아이의 건강을 헤치는 (술을 마시는 행동)을 해오고 결국에는 아이를 잃어버리는 결과까지 내딛게 되었다. 재이 또한 그토록 아이를 원망해 왔지만, 마지막에 자신의 아이가 죽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재이의 친한 친구 부부에게 아이의 성별을 묻는 대목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원치 않은 아이여도 자신의 아이의 죽음 앞에서 온전히 정상적일 수 있었을까?
나의 상황에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면, 나는 PCOS가 있어 다른 친구들보다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고, 그래서 그런지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와 나를 닮은 아이를 꼭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 나도 너무 원하는 아이를 갖게 된다면, 처음 겪어보는 임신과 그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인 변화를 과연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 내가 아직 임신을 해보지 않았지만, 최근에 임신과 출산을 겪은 큰언니를 통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첫 임신과 입덧, 속이 항상 불편하며, 이상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건 거의 일상이며, 배 속의 아이가 커가면서 눈에 띄게 달라지는 언니의 신체적인 변화에서 언니가 느끼는 불편함과 불안감. 그리고 아이를 출산 후에 겪는 또 다른 변화까지. 아이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이쁘지만, 매일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동시에 자신의 미래(경력)에 대한 걱정은 항상 든다고 말한다.
물론 나는 재이처럼 임신을 한 후에 아이를 다치게 하는 어떠한 행동, 즉 술을 마시거나, 배 속의 아이를 원망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고, 재이의 이러한 행동에 어떤 편도 들지 않지만, 내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동시에 나의 정체성, 나의 커리어 등에 대한 고민 또한 동시에 할 거라는 것이다. 재이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기 자신을 두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마음이 상대적으로 너무 컸다고 본다. 문제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우리 사회에서는 나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생명이 자기 몸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건 너무나도 소중하면서도 나의 신체적인 변화를 같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조금씩 느껴지는 ‘나의 정체성'(내가 아닌 누구의 엄마로 사는 삶)과 출산 후 변화되는 삶과 커리어 적인 부분에서 재이가 느끼는 감정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느낀 감정들은 감독이 말하는 재이의 욕망이 나는 그저 인간이라면 다 가지고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건우에게도 보이는 모습이다) 임신하고 출산을 한 여성으로써의 겪게 되는 여러 변화 속에서 과연 뭐가 옳고 틀렸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개인적인 환경과 닥친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은 달라지겠지만, 한 생명을 품고,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여성이 겪게 되는 많은 불편함은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니깐. 그저 아이를 가지고 출산하는 과정과 그 후에 아이를 잘 기르는 데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과 제도의 변화가 있었더라면 재이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변화지는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동안은 많이 생각날 것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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